토요일 아침, 밥도 안 먹고 소파에 앉아 영화 하나를 틀었다가 결국 펑펑 울어버린 날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일어나서 제가 울고 있는 걸 보고는 엄마한테 달려가더군요. 와이프가 무슨 일인가 싶어 거실로 급하게 나왔을 때 저는 아직도 눈물을 닦고 있었습니다. 기억을 잃는 소녀와 시한부 소년의 이야기, 영화 입니다. 슬프다는 말로는 도저히 부족한 영화였습니다.매일 아침 낯선 하루를 시작하는 소녀 — 기억상실이라는 조건혹시 어제 있었던 일이 꿈처럼 희미하게 느껴진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런 감각이 낯설지 않은데, 영화 속 서윤의 현실은 그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서윤은 매일 아침 일기장을 읽으며 전날의 자신을 복원해야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서윤이 겪는 증상은 의학적으로 전향성 기억상실(anterograd..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스포츠 영화겠거니 하고 틀었다가, 엔딩 크레딧 올라오기 직전 마지막 장면에서 멈칫했습니다. 흰머리 성성한 실제 짐 화이트 선생님이 작은 어린이 자전거를 타고 앞장서고, 그 뒤를 이제 어른이 된 실제 주인공들이 달리며 따라오는 그 장면.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라는 자막 한 줄이 없었어도, 그 장면 하나로 모든 게 증명됐습니다.선생님이란 무엇인가 — 말이 아닌 곁제가 국민학교 다닐 때 한국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나라였습니다. 영양 부족으로 머리에 부스럼이 가득한 아이들이 교실 안에 있었고, 그런 아이들을 오히려 천대하는 선생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5학년 담임 선생님은 달랐습니다. 주말이면 공기총을 들고 산에 올라 비둘기와 꿩을 잡아서, 반에서 가장 힘없어 보이던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