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邪僞宗敎) 피해자가 국내에서만 수십만 명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온 게 한두 해 전 일이 아닙니다. 영화 를 보고 나서 든 첫 생각은 "이거 결국 인간이 제일 무섭다는 얘기잖아"였습니다. 귀신이나 뱀 신 같은 건 두 번째 문제고, 종교라는 껍데기를 뒤집어쓴 인간의 사악함이 진짜 공포의 핵심이라는 걸 이 영화는 꽤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아카모리교의 뿌리, 삼선도와 백백교의 그림자영화의 배경을 처음 접했을 때 제가 떠올린 건 백백교(白白敎)였습니다. 1920~30년대 조선을 뒤흔든 이 집단은 교주 전정운이 신도들을 학살한 것으로 기록된, 국내 사이비 종교 역사상 가장 참혹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전국적으로 수백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집단을 해체한 건 일제 경찰이었습니다...
공포영화에서 귀신이 무서운 게 아니라 장소가 무서운 경우,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습니다. 영화 《살목지》는 귀신을 쫓아오게 만드는 대신, 사람이 스스로 검은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만드는 저수지를 무대로 삼습니다. 저는 실제로 저수지 근처에서 50박 이상 차박을 해본 사람인데, 그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 영화의 공포 문법이 어디서 오는 건지 보이더군요.저수지 공포 — 귀신보다 장소가 먼저 사람을 잡아먹는다공포영화에서 진짜 무서운 건 귀신의 얼굴이 아니라 그 귀신이 서 있는 공간이라는 걸, 저는 직접 경험으로 압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저수지를 어릴 때부터 수백 번 드나들었는데, 처음 간 사람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압도적인 분위기에 짓눌립니다. 하지만 자주 가면 그 공포감은 사라집니다. 익숙함이 공간의 이..